논에는 마시멜로가 있다? 없다?
차를 타고 가다보면 추수가 끝난 논 위에 하얀색의 정체모를 것들이 널부러져 있는 것을 보게 된다.
나를 포함해서 누군가 한 번쯤은 궁금하게 했을 '그 것'의 정체는?
사진에서 보는 마시멜로가 논에서 나올 리는 없다. ㅋㅋ
궁금해서 검색창에 굳이 검색을 해본다.
나같은 사람 또 있을걸?
편의상 아랫부분은 잘랐다. 훗-
연관검색어에 '곤포 사일리지' 라고 나온다.
(우리는 '마시멜로'라고 부르지만 어떤 이들은 '공룡알'이라고 하는 모양이다. 듣고보니 그럴싸~)
또 찾아본다.
사일리지(silage)란 수분 함량이 많은 목초류를 사일로(Silo) 용기에 진공 저장, 유산균 발효시킨 사료로서 원형의 흰색 비닐(곤포)로 감아놓은 것을 곤포 사일리지라 부른다.
이 녀석은 추수가 끝난 뒤 볏짚을 돌돌돌 말아서 만든다.
지름은 1.2m ~ 1.5m 무게는 400kg ~ 500kg 에 이른다.
아 그런데 돌돌 말아서 어디에다 쓰는걸까?
>>바로 소가 먹는다. 우리가 먹는 김치와 비슷하게 발효시켜서 먹게 되면 소가 소화하기 좋단다.
이런 '조사료'로 만들어 지는 것이 전체 볏짚의 약 80%를 차지한다는..(2016년 기준?)
조사료의 '조(粗)'가 ‘거칠다’는 뜻이다.
그럼 소는 왜 이걸 먹나?
수확을 마친 농가에서는 볏짚을 곤포 사일리지로 만들어 축사에 소 사료로 판매한다. 보통 0.04ha 당 1롤이 만들어지는데, 이는 소 30마리가 하루 먹을 양이라고 한다.
이야기를 듣고 보니 축산농가는 소의 사료값을 줄일 수 있고 벼 농가는 부가적인 수입이 생기는 셈이어서 선호한다고 한다.
아침에 소를 키우는 분에게 직접 물어보았다. 궁금한 건 물어봐야지?!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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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 : 저거 한 롤에 얼마나 해요?
지인 : 하나에 65,000원 정도 합니다.
나 : 와 저거 얼마나 사서 먹이시는거에요?
지인 : 1년에 240개 가량 사서 먹여요.
나 : 와 돈이 얼마지..ㅎㄷㄷ
지인 : 한 1,500만원치 사서 재놓고 먹여요.
나 : 그럼 사료는요?
지인 : 사료는 사료대로 먹고 마시멜로도 먹는다.. 소가 돈 엄청 들어가요..
나 : 아, 그러게요. 소가 제 값 좀 받았으면 좋겠네요^^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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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런데 요즘 이 곤포 사일리지가 귀하신 몸이 됐다. 일단 가격이 지난해보다 뛰었다. 1롤 당 5만 원대에서 6만5천 원가량으로 상승했다. 지난 여름 수해로 벼 작황이 좋지 못했던 탓이다.
가격이 오를 소지는 또 있다. 최근 친환경 농법 확산으로 볏짚을 팔지 않고 다시 논에 갈아엎는 '볏짚 환원사업'이 인기를 끌고 있어서다.
볏짚을 트랙터 등으로 잘게 잘라 가을갈이를 할 경우 볏짚 600㎏(10a 당 생산량) 기준 유기물 174㎏, 요소 9.3㎏, 용과린 28.5㎏, 염화가리 34㎏, 규산 252㎏ 등의 시용 효과를 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. 토양의 유기물 함량과 규산 함량은 각각 13.5%, 18% 상승한다. 친환경 농가들이 볏짚을 곤포 사일리지로 판매하지 않고 자신들의 논에 재투자하는 이유다.
볏짚에는 유기물이 들어있고 벼에 필요한 성분은 다 볏짚에 들어있어서 2~3년에 한 번은 땅으로 돌아가야 한다는데 '볏짚 환원사업'이 계속 되면 '조사료'는 못 만들게 되는걸까?..그렇다고 '조사료'를 안 만들 수는 없는 것 아닌가. 벼농가와 축산농가의 '상생'이 필요하니까..(제 3자니까 '상생'이라고 표현하지만 당사자들은 다르게 생각할지도 모른다.) 아무튼 '볏짚 환원사업'은 조금 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.
마시멜로로 시작해서 '볏짚 환원사업'으로 거창하게(?) 끝이 났다. 앞으로 벼농가와 축산농가의 상생이 없다면 논에서 더 이상은 마시멜로를 볼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. '공룡알'이라고 생각한다면 공룡이 멸종했듯이 '공룡알'도 사라지게 되는걸까?.. 사진 한 장 투척하면서 앞으로도 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.